세 번째 기록 :: 통영 배낚시 & 명소 여행
고즈넉함과 생동감이 함께 숨쉬는 도시, 통영에 갔다 오다.
글 : 이희찬
사진 : 오건, 이상화
1. 테마
남자 6명이 함께 한 상남자 투어! 가자 바다로! 가자 산으로!
2. 여행 일정 : 2018.11.3(토) ~ 2018.11.4(일)
3. 여행 총 경비 (6인)
1박 2일 치고 돈이 많이 든 편이다. 인당 약 17만 5천원을 사용한 셈인데, 동선이 좋지 않아 택시비를 좀 과도하게 사용했다.
4. 여행 코스
스피드 배낚시와 함께
우리는 낚시에 능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사실 낚시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배낚시를 해본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여행 간 날은 날씨가 화창했기에, 가벼운 차림으로 배를 타고 나섰다.
처음엔 되게 작은 통통배처럼 보였지만, 배 위에 올라선 후엔 배가 작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잔잔했던 바다 위를 가르며 바닷바람에 종종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깊은 곳에선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았다. 선장님의 무안한 듯한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옮긴 얕은 바다에선 낚싯대를 내리면 고기가 따라 올라올 정도로 손이 쉴 틈이 없었다.
선장님은 우리가 쓰는 것과는 다른 낚시대로 넓은 바다 바닥을 긁어냈다. 사진이 보여주는 문어가 그 산물이다.
엄청나게 큰 문어였다.
사실 나는 문어가 어떤지 잘 몰랐기에 와 크다 싶었지만, 다음날 시장에서 파는 문어를 봤을 때서야 깨달았다.
막 건져 올린 생선들과 문어들을 회 치고, 삶아 먹는 맛은 정말로 일품이었다.
뱃사람의 오래된 투박한 멋짐을 혀끝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잔잔해 보이는 바다는 왜인지, 우리는 낚시 바늘에 새우를 찔러 끼우며 바다 밑을 상상하는 발칙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낚시의 기다림이 우리에게 준 것은 통영의 바닷내음 뿐만이 아닌 미지의 해저를 향한 여행이었다.
통영대교의 불빛 아래서
그리 쌀쌀한 날씨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던 점은, 밤 산책이 괴롭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통영 대교가 가까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는 데엔 15~20분 남짓 걸렸다.
바닷길을 따라 걸어가며 보이는 어두컴컴한 밤바다에도 낚시꾼들은 있었다.
다리를 향해 걸어가며 지나쳤던 낚시꾼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조용했던 낚시꾼들보다는 형형색색의 빛으로 빛나는 통영대교가 더 할 말이 많았을 지도 모른다.
유독 잔잔하게 발 밑을 채워오던 밀물은 반짝이는 통영대교를 완벽히 재현해냈다.
찰랑이는 물 소리가 들려왔고, 그 나보다도 훨씬 큰 다리가 뭔가 구슬프게 노래했다
밤의 통영대교는 멀리서 바라보기에 참 좋은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나의 이야기를 꺼내 털어놓기에도 좋은 하나의 안주거리로서도 최고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저 좋은 풍경에서 멈추지 않았기에 이 밤바다가 더 특별했던 것이다.
숨길 수 없었던 질주 본능, 루지
산 위에서 출발하는 루지는 통영의 명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 좋은 경험이었다.
너무 많이 기다려, 너무 비싸 라고 생각했던 것은 스카이라이드를 타고 올라가기 전까지의 얘기일 뿐이었다.
우리 6명은 안전요원한테 한 소리들을 정도로 빠르게 달렸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코너에서 한쪽 바퀴가 들렸을 때의 짜릿함은 오히려 나를 더욱 침착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그래서 트랙 밖으로 나가 떨어지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어 다행이다.
다들 빠르게 내려왔지만 모두가 살짝은 불안했던 첫 번째 시도, 조금은 생소했을 몸이 쏠리는 느낌은 오히려 종종 달려보고 싶었던 우리를 건드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루지에서 내려 헬멧을 벗어 내려놓으며 우리는 모두 “시간도 좀 남았는데, 돈 내더라도 한 번만 더 타고 갈까?”라고 서로에게 물었다.
결국 한 번 더 타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즐겼던 액티비티였다. 여유가 있다면 3회권을 끊어 타는걸 추천한다.
오밀조밀 동피랑 마을
입구가 두 개다.
택시를 두 팀으로 나뉘어 갔던 우리는 각각 다른 곳에 내렸다.
각각 다른 입구에서 출발해 전망대에서 만났다. 부디 어디로 갈지는 정하고 만나기를 바란다.
우리가 지금까지 바다 위에서 낚시를 하고, 밤바다와 통영대교를 본 것과 달리, 동피랑을 걸어다니면 생동감을 맛볼 수 있다.
귀여운 벽화들은 물론이고, 그 좁은 골목들을 채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마주치는 공간이었다.
가장 위까지 올라가면, 다는 아니어도 통영 대부분을 훑어볼 수 있는데,
그 곳에 설치된 정자에 앉아 쉬고 있으면 지금까지 걸어 올라온 동피랑과는 다른 곳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동피랑을 구경하고 내려오면 멀지 않은 곳에 중앙시장이 있다.
중앙시장을 구경하면서도 동피랑과 같이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사람 사는 곳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풍경과 즐거움을 찾아온 것 말고도, 생기 넘치는 사람들을 보러 여행을 온 것이 아니었을까.